Victor

[연재] 틀린 걸 세기 시작했습니다 — 다섯 건 중 한 건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습니다

연재 · 2026-09-30

"한도가 다 찼습니다"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것저것 돌아가던 화면 하나가 멈췄습니다. 조수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니 "쓸 수 있는 한도가 다 찼습니다"라는 답이 왔어요. 그런가 보다 하고 다음 날까지 기다렸습니다. 한도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는 거니까, 하루 정도 기다리면 저절로 풀릴 줄 알았어요.

 

다음 날 다시 보니 여전히 멈춰 있었습니다. 그제야 제대로 들여다봤어요. 한도는 멀쩡했습니다. 진짜 원인은 어딘가에서 들어온 입력값 하나가 깨져 있었던 것이었어요. 없는 벽을 있다고 보고한 것이었습니다. 지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도 그렇게 오진했던 거고요. 멈춘 화면을 보고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골랐는데, 하필 그 이유가 틀린 거였습니다.

 

이게 무서웠던 이유는, 이 오진이 저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겁니다. "한도가 찼다"는 말을 믿고 하루를 그냥 흘려보냈으니까요. 안에서 걸러졌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는데, 이건 제 앞까지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그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도 한몫했습니다. 평소에 한도 문제가 종종 있었으니,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 거예요.

 

<!-- 사진 자리 ①: "한도 초과" 알림과 다음 날 확인한 실제 원인 화면 -->

 

"그래서 얼마나 나아졌어요?"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판정·분업 규칙을 몇 개 손봤습니다. 어떤 일을 누구에게 맡길지, 검사는 누가 할지 같은 걸 다시 정한 거예요. 얼마 뒤에 궁금해서 물었어요. "그래서 저번보다 얼마나 나아진 거야?"

 

대답이 궁했습니다. 그날 하루치 오류 몇 건을 떠올려 말하는 것밖에 없었는데, 하루치 몇 건으로는 "나아졌다"는 말을 뒷받침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사고가 없었으니 좋아진 걸까요, 아니면 그냥 어제 하루가 조용했던 걸까요. 구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느낌으로 "좋아졌어요"라고 하는 건, 앞서 걸러내지 못했던 그 오진과 똑같은 종류의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인 안 하고 그냥 좋게 말하는 거니까요. "한도가 찼다"고 확인 없이 말한 것과, "좋아졌다"고 확인 없이 말하는 것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류가 날 때마다 한 줄씩 적는 장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느낌 말고 숫자로 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거창한 도구를 새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오류가 나면 그 자리에서 무엇을 왜 틀렸는지, 누가 잡았는지, 저한테까지 왔는지를 한 줄로 적어 쌓아두는 정도였습니다. 대신 시작한 날짜를 못 박아두고, 그날 쌓여 있던 것부터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장부를 만들면서 기준을 하나로 정했습니다

 

장부에 적을 건 많았습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틀렸는지, 누가 틀렸는지, 누가 잡았는지, 이미 고친 적 있는 종류인지. 그런데 정작 매일 볼 지표는 딱 하나로 잡았습니다. 틀린 채로 제 앞까지 도달한 건수입니다.

 

안에서 스스로 잡았든, 다른 판정 과정에서 걸러졌든, 저에게 안 넘어왔으면 그건 사고가 아니라 그냥 비용으로 쳤습니다. 손이 좀 더 간 것뿐이니까요. 반대로 제가 직접 잡아낸 오류는 최악으로 쳤습니다. 그물이 다 뚫려서 마지막 눈에 걸린 거니까요. 그물 안에서 잡히면 값은 좀 들어도 사고는 아니고, 그물을 다 빠져나오면 값과 상관없이 사고라는 구분이었습니다.

 

이 하나만 보기로 하니 "나아졌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주에 제 앞까지 온 게 몇 건인지 세면 되니까요. 여러 지표를 동시에 보려다 아무것도 제대로 못 보는 것보다, 딱 하나를 정확히 보는 게 나았습니다.

 

조수 자신의 오류도 적게 했습니다

 

장부를 만들면서 한 가지를 더 정했습니다. 조수 자신이 낸 오류도 반드시 적게 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어요. 여러 단계로 일을 나눠서 돌릴 때, 뒤에서 검사하는 역할은 앞에서 실행한 쪽을 봅니다. 그런데 맨 앞에서 전체를 맡아 판단하는 쪽은 누가 봐 주냐면, 아무도 안 봅니다. 검사하는 쪽도 결국 그 판단 밑에서 움직이니까요. 그 자리를 보는 게 이 장부밖에 없다는 뜻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데서 난 오류만 적지 말고, 자기 오류도 똑같이 적으라고 정했습니다. "한도가 찼다"는 그 오진도 이 규칙 덕분에 장부 첫 줄에 남았습니다. 남이 낸 오류만 기록하는 장부였다면, 정작 가장 크게 타격을 준 그 오진은 어디에도 안 남았을 겁니다.

 

"고쳤다"는 말에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오류를 적을 때 "고쳤다"고 적을 수 있는 조건도 따로 정했습니다. 원인을 구조적으로 없앴을 때만 고쳤다고 적기로요. 겉으로만 막아놓고 고쳤다고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한 번 어쩌다 안 걸렸다고 해서 고쳤다고 적을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런 오진이 났는지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 자체를 없애야 고쳤다고 적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정해두면 좋은 점이, 나중에 막았다던 유형이 또 나오면 그게 바로 눈에 띕니다. 고쳤다고 적어놓은 게 다시 나타나면 그건 그때 그 대책이 가짜였다는 뜻이니까요. 장부가 없었으면 "어, 이거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넘어갔을 일이, 장부가 있으니 "고쳤다고 적어놓고 또 났다"는 게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기준선 다섯 건 중 하나

 

장부를 시작한 첫날, 그날 쌓여 있던 오류를 기준선으로 잡았습니다. 다섯 건이었어요. 그 다섯 건 중 제 앞까지 도달한 건 한 건이었습니다. 바로 그 "한도가 찼습니다"였고요.

 

다섯 건 중 하나면 20%입니다. 낮은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다섯 번에 한 번꼴로 그물이 다 뚫려서 저한테까지 온다는 뜻이었으니까요. 그날부터는 이 비율을 줄이는 게 목표가 됐습니다. 매번 정확히 몇 퍼센트가 됐는지를 계속 잰다기보다, 기준선을 하나 정해두고 그 위인지 아래인지를 보는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기준선을 잡고 나니 좋았던 건, 그 뒤로 "이번엔 괜찮아 보이는데요"라는 말을 그냥 안 믿게 됐다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며칠 사고 없이 지나가면 "요즘 괜찮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지금은 장부를 펴서 실제로 몇 건이 쌓였는지, 그중 제 앞까지 온 게 몇 건인지 확인합니다. 느낌과 장부가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조용했다고 느낀 주에 알고 보니 안에서 잡힌 오류가 꽤 많았던 적도 있었고, 반대로 뭔가 많이 터진 것 같던 주가 실제로는 제 앞까지 온 게 하나도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어긋남을 보는 재미로 요즘은 장부를 챙겨 보게 됩니다.

 

적다 보니 오류에도 종류가 있었습니다

 

장부를 몇 주 채우다 보니 오류가 다 같은 오류가 아니라는 게 보였습니다. 크게 나눠보니 몇 가지 결이 있었어요. 원인을 잘못 짚어서 엉뚱한 보고를 한 것(그 "한도가 찼다"가 여기 속합니다), 들어온 자료 자체가 깨져 있던 것, 개수를 세다가 틀린 것, 원문을 확인 안 하고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 그리고 실제로는 안 됐는데 됐다고 말한 것. 이렇게 갈래를 나눠 적으니 또 다른 게 보였습니다.

 

같은 종류가 반복해서 나오면, 그건 그 자리에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인을 잘못 짚는 오진이 자꾸 반복되는 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는 "원인이 이거다"라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대조하는 절차를 넣었습니다. 오류를 한 건씩 볼 때는 안 보이던 게, 종류별로 쌓아놓고 보니 어디를 손봐야 할지가 드러난 거예요. 장부 하나로 두 가지를 다 얻은 셈입니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도 보이고, 어디가 약한지도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습관이기도 했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매번 오류가 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적는 게 은근히 번거로웠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엔 얼른 고치는 데만 정신이 팔리거든요. 적는 건 뒷전이 되기 쉬웠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저도 몇 번 깜빡했어요. 나중에 돌아보니 "이거 그때 분명히 틀렸었는데 장부엔 없네"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오류를 고치는 것과 장부에 적는 걸 한 묶음으로 만들어서, 고쳤다고 말하기 전에 장부부터 먼저 채우게 했습니다. 순서를 이렇게 정해두니 빠뜨리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귀찮다고 넘어가면 나중에 "얼마나 나아졌냐"는 질문에 또 말문이 막힐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이 번거로움 자체가 장부의 값이었습니다. 오류를 겪을 때마다 한 줄 적는 게 귀찮다는 건, 그만큼 오류가 자주 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번거롭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겁니다. 처음엔 이 귀찮음을 없애는 방법을 찾으려 했는데, 나중엔 생각을 바꿨습니다. 귀찮음이 없어지는 날은 오류가 줄어든 날이지, 장부 쓰는 요령이 는 날이 아니어야 한다고요.

 

이번에 사람이 붙잡은 자리

 

  • "한도가 찼다"는 말을 그대로 안 믿고 하루 지나서 다시 들여다본 것. 여기서 오진이 드러났습니다.
  • "얼마나 나아졌냐"고 물은 것, 그리고 느낌으로 답하는 걸 거부한 것. 이 질문이 장부를 만들게 했습니다.
  • 볼 지표를 하나로 정한 것. 여러 걸 다 보려다 하나도 못 보는 대신, "제 앞까지 왔는가" 하나만 보기로 정했습니다.
  • 조수 자신의 오류도 적으라고 정한 것. 검사 담당이 실행자만 보고 정작 판을 짜는 쪽은 아무도 안 본다는 걸 짚었습니다.
  • "고쳤다"는 말에 조건을 단 것. 겉으로만 막은 걸 고쳤다고 부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음 편은 대화가 길어질수록 왜 값이 자꾸 오르는지 뜯어본 이야기입니다. 세션 하나 끝날 때 계산해보니 7배 차이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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