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연재] 기술사 스터디 (1) 325주제와 예상문제

연재 · 2026-08-14

새 주제를 적어 넣었는데, 화면에는 하나도 안 늘었습니다

 

공부할 주제 목록을 담아둔 파일이 하나 있습니다. data/curriculum_seed.json 이라는 파일이에요. 여기에 "이것도 공부해야지" 싶은 걸 적어 넣으면 화면 왼쪽 메뉴에 새 주제가 뜨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새 주제를 적어 넣고,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돌렸어요.

 

화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타를 냈나 싶어 파일을 다시 열어봤어요. 멀쩡했습니다. 콤마도 제자리, 괄호도 제자리. 프로그램은 에러 한 줄 없이 잘 돌았고, "초기화 완료"라고 친절하게 찍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목록은 그대로였습니다.

 

원인은 코드 다섯 줄에 있었어요.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

 

def load_curriculum() -> dict:
    curr = store.load_json("curriculum.json", None)
    if curr is not None:
        return curr
    with seed_path().open(encoding="utf-8") as f:
        return json.load(f)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이미 쓰던 목록이 있으면 그걸 쓰고, 없을 때만 씨앗 파일을 본다."

 

말이 되는 규칙이에요. 공부를 하다 보면 "이 주제는 숙달, 저 주제는 아직" 같은 진도가 쌓이는데, 매번 씨앗 파일로 덮어쓰면 그 진도가 날아가니까요. 그래서 한 번 시작한 뒤로는 씨앗 파일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만들어놓은 겁니다.

 

문제는 그 규칙이 "주제를 새로 추가하고 싶다"는 경우를 안 세었다는 거예요. 진도는 지켜주는데 목록은 못 늘리는 상태. 그리고 안 늘어난다는 걸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조용히 옛날 목록을 다시 보여줄 뿐이에요.

 

 

결국 순서를 손으로 찾아내서 작업 문서에 적어뒀습니다. workflows/crawl.md 에 이렇게 남아 있어요.

 

신규 주제를 커리큘럼에 추가해야 하면, init 은 data/curriculum_seed.json 을
무시하고 기존 memory/curriculum.json 을 우선 사용하므로 seed 파일만
고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동작하는 순서:
  1) data/curriculum_seed.json 편집(신규 주제 추가)
  2) rm memory/curriculum.json
  3) python3 -m sigong_coach init   — seed 로 재시딩(진도는 병합되어 보존됨)
  4) python3 -m sigong_coach recompute-freq

 

"유일하게 동작하는 순서"라고 써놓은 게 좀 웃깁니다. 저 네 줄을 알아내기까지 몇 번을 헛돌렸다는 뜻이거든요.

 

오늘 이야기는 건축시공기술사 시험 공부용으로 만든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 편은 프로그램 이야기가 아니에요. 공부할 목록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위 사고가 딱 그 얘기라서 앞에 꺼냈어요. 목록이 두 벌 있으면,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아무도 안 알려줍니다.

 

혼자 공부할 때 제일 먼저 무너지는 건 의지가 아닙니다

 

기술사 필기는 논술 시험이에요. 하루에 네 교시를 봅니다. 1교시는 용어를 열 개 골라 짧게 쓰고, 2·3·4교시는 25점짜리 문제를 여섯 개 중 네 개씩 골라 길게 씁니다. 객관식이 없어요. 백지에 다 써야 합니다.

 

이런 시험을 학원 없이 혼자 준비할 때 제일 먼저 무너지는 게 뭐냐면, 의지가 아니라 목록이더라고요.

 

책상에 앉기는 앉아요. 그런데 "오늘 뭐 하지"에서 십 분, 이십 분이 갑니다. 어제 본 데를 또 보거나, 재밌어 보이는 데만 반복해서 봅니다. 그리고 시험 두 달 전에 처음 알게 되죠. 안 본 데가 절반이라는 걸요.

 

그래서 이 도구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야 했던 건 채점기도 아니고 진도표도 아니었습니다. "공부해야 할 것 전부"의 목록이었어요.

 

처음 목록은 스물다섯 개였습니다

 

7월 16일에 쓴 설계 문서에 첫 목록 초안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대분류 아홉 개에, 각 분류마다 대표 주제를 두세 개씩 넣은 형태였어요.

 

가설공사 2 · 토공사/기초 3 · 철근콘크리트 4 · 철골 3 · 마감 4
커튼월 1 · 건설관리 4 · 시공계획 2 · 최신공법 2

 

전부 스물다섯 개입니다. 문서에도 대놓고 적혀 있어요. "초안(대분류 뼈대 + 대표 세부주제 몇 개씩; 실사용 시 확장)".

 

여기서 짚고 갈 게 있어요. 이 스물다섯 개는 잘 만든 겁니다. 분류 아홉 개는 실제 출제기준 구조와 맞고, 주제 이름도 다 진짜 시험에 나오는 말이에요. 「히빙·보일링·파이핑」, 「매스콘크리트 온도균열」, 「고력볼트 접합·검사」 — 이런 건 아는 사람이 골라야 나오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스물다섯 개로는 공부를 못 해요.

 

기술사 필기 한 회차에만 문제가 31개 나옵니다. 스물다섯 개짜리 목록은 한 회차도 못 덮습니다. 이건 목록이 아니라 목차의 목차예요.

 

여기가 이 편에서 제일 자주 반복될 모양입니다. 기계는 "뼈대"를 아주 잘 만듭니다. 구조를 잡고, 이름을 붙이고, 형식을 맞추는 건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해요. 그런데 그 뼈대를 실제로 쓸 수 있는 크기까지 벌리는 일은 안 해줍니다. 시키지 않으면요. 그리고 "이거 너무 작은데요"라고 먼저 말해주지도 않습니다.

 

 

325개까지 벌리고 나서야 크기를 알았습니다

 

지금 그 파일에는 주제가 325개 들어 있습니다. 분류별로 이렇게 나뉘어요.

 

분류주제 수
건설관리64
철근콘크리트54
마감53
토공사/기초38
철골35
최신공법23
가설공사22
시공계획21
커튼월15
합계325

 

스물다섯에서 325. 열세 배입니다.

 

그리고 목록을 다 세우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주제마다 "이 정도 걸리겠다" 하는 예상 시간을 같이 적어뒀는데, 325개를 전부 더해보니 441시간이 나왔습니다.

 

이게 목록을 만드는 진짜 이유예요. 목록이 없으면 "많다"밖에 말을 못 합니다. 목록이 있으면 441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많다"가 아니라 "하루에 몇 시간"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갈 게 있어요. 이 도구를 소개하는 README 파일에는 지금도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python3 -m sigong_coach notes-import data/notes   # 260개 학습콘텐츠 일괄 임포트

 

260개. 실제 폴더를 세어보면 325개입니다. 65개 차이가 나요.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260개였던 시절에 쓴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그 뒤로 65개를 더 채웠는데 README만 안 고쳤어요. 이 연재를 쓰면서도 하마터면 저 숫자를 그대로 옮길 뻔했습니다. 설명 파일보다 실제 폴더를 세는 게 항상 맞아요. 사람이 쓴 설명은 늙고, 파일은 안 늙거든요.

 

 

주제 하나에 한 벌: 정리·그림·문제·출처

 

목록이 325줄짜리 이름표만 있으면 그것도 소용없습니다. 클릭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할 일 목록이지 공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주제 하나마다 한 벌을 정해놓고 그 형태로 채웠습니다. 순서가 고정되어 있어요.

 

1. 왜 중요한가 (개념·유래) — 이게 뭐고 왜 시험에 나오는지 2. 그림 — 단면이나 구조를 그림으로 3. 핵심 기준/원리 — 숫자와 기준을 표로 4. 두문자 암기 — 「기·벽·과·부·가」 같은 첫 글자 묶음 5. 대책/유의 6. 암기 체크리스트 — 시험 직전에 훑을 핵심 수치 7. 관련 주제 — 옆에 같이 봐야 할 것 8. 예상문제 + 모범답안 9. 출처·근거

 

이게 왜 순서까지 고정이냐면, 순서가 다르면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에요. 「비계」를 보다가 「동바리」로 넘어갔는데 배치가 다르면, 매번 화면을 새로 읽어야 합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게 있어야 눈이 알아서 갑니다.

 

지금 채워진 걸 세어보면 이렇습니다.

 

  • 노트 325편 (HTML로 약 5.1MB)
  • 그림이 들어간 노트 325편 — 전부
  • 출처가 붙은 노트 325편 — 전부
  • 두문자 암기 313편
  • 예상문제 1,878문항 (용어형 1,231 · 서술형 647)
  • 이론 보충 블록 501개 · 사례 블록 587개
  • 암기 체크박스 1,588개

 

주제 하나에 예상문제가 평균 대여섯 개 붙어 있는 셈이에요. 그리고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모범답안까지 같이 있습니다. 용어형은 「1. 정의 → 2. 종류·특징 → 3. 유의사항」, 서술형은 「Ⅰ. 개요 → Ⅱ. 원리 → Ⅲ. 원인 → Ⅳ. 대책 → Ⅴ. 맺음말」로 답안 뼈대까지 맞춰뒀어요.

 

 

 

이 분량은 솔직히 사람이 손으로는 못 만듭니다. 325개 주제에 그림 그리고 표 만들고 문제 여섯 개씩 붙이는 걸 혼자 하면, 그거 하다가 시험이 끝나요. 기계가 잘한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문제는 잘 만든 것과 맞는 것이 다르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이 붙잡아야 했던 자리가 두 군데 있었습니다. 그림과 출처입니다.

 

빗금이 다르면 다른 재료입니다

 

기술사 논술 답안에는 그림을 그립니다. 말로만 쓰면 안 되고, 단면을 그려서 설명해야 점수가 붙어요.

 

그런데 도면에서 빗금은 장식이 아닙니다. 빗금 모양 자체가 "이건 무슨 재료다"라는 말이에요.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대로, 강재는 강재대로, 흙은 흙대로 표시 방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건축 제도통칙이라는 표준에 다 나와 있어요.

 

처음에 나온 그림들은 예쁜 사선이었습니다. 그럴듯하고 보기 좋은 45도 빗금이요. 실제로 지금도 한 파일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요. 고력볼트 노트를 열어보면 이런 게 있습니다.

 

<pattern id="hatch1" width="8" height="8" patternTransform="rotate(45)">
  <line x1="0" y1="0" x2="0" y2="8" stroke="#7dd3fc" stroke-width="1.5"/>
</pattern>

 

hatch1. 이름이 그냥 "빗금 1"이에요. 무슨 재료인지 안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라니까 그린 빗금입니다.

 

이건 틀린 게 아니라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림은 그려졌는데, 시험지에 그대로 옮겨 그리면 채점자가 "이게 콘크리트야 강재야"를 알 수 없습니다. 화면에서는 파란 빗금이 예뻐 보여도, 답안지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죠.

 

그래서 재료 단면 표기를 15종으로 정리해서 화면에 따로 한 장을 만들었습니다.

 

콘크리트 · 철근콘크리트 · 강재(철골) · 벽돌(조적) · 석재 · 목재 · 지반(흙) · 잡석·자갈 · 모래 · 단열재 · 미장·모르타르 · 유리 · 방수/아스팔트층 · 콘크리트블록 · 타일.

 

그리고 적용 규칙도 같이 적어뒀어요.

 

  • 철근콘크리트 = 콘크리트 해칭 + 주근을 원형 단면(○)으로, 스터럽은 실선 사각, 피복두께 치수 표기
  • 강재 = 45° 촘촘한 빗금. 판·형강처럼 얇은 부재는 검게 칠함
  • 지반/흙 = 45° 빗금 + 점. 자연지반은 위에 지반선(GL▽)
  • 단열재는 지그재그, 방수층은 굵은 검은 층
  • 모든 그림은 이 표준 해칭을 쓰고, 부재명·치수·기준선을 라벨링

 

 

기계에게 "단면도를 그려줘"라고 하면 단면도를 그려줍니다. 그런데 "이 빗금은 시험지에서 콘크리트라는 뜻이어야 한다"는 건 안 알려줘요. 그건 그 시험을 볼 사람만 아는 겁니다.

 

그런데 표준 해칭이 들어간 건 19개뿐입니다

 

여기서 자랑으로 끝내면 거짓말이 됩니다. 실제로 세어봤어요.

 

노트 325편 전부에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 해칭 팔레트가 실제로 박혀 있는 건 19편이에요. 나머지 306편이 빗금 없이 색으로만 칠해져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306편 안에도 빗금을 그은 그림이 섞여 있어요 — 조금 뒤에 코드를 보여드릴 고력볼트 노트가 바로 그런 편입니다. 표준 팔레트를 쓴 게 아니라 그 편이 자기 나름대로 그은 빗금이라는 뜻이죠.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재료가 편마다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편은 표준대로, 어떤 편은 제멋대로, 어떤 편은 색으로만. 셋이 섞여 있는 게 안 맞춘 것보다 나쁩니다 — 빗금이 있으면 표준을 따랐겠거니 하고 넘어가게 되거든요.

 

19편이 어디냐면 이렇습니다.

 

  • 철근콘크리트 8편 (철근 이음·정착, 고강도콘크리트 시공, 콘크리트 타설 및 다짐 …)
  • 마감 4편 (옥상방수공법 …)
  • 철골 3편 (용접 결함·비파괴검사 …)
  • 토공사/기초 2편 (기초 부력·언더피닝 …)
  • 가설공사 2편 (동바리 설계 …)

 

단면을 안 그리면 설명 자체가 안 되는 주제들이에요. 여기부터 맞췄고, 나머지는 아직입니다.

 

규칙에는 "모든 그림은 이 표준 해칭을 쓴다"고 적어놨는데 실제로는 19편. 규칙과 현실이 어긋나 있는 상태예요. 이건 고쳐야 할 일로 남아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건 안 쓰고 넘어가고 싶어져요. "표준을 맞췄습니다"까지만 쓰면 깔끔하니까요. 그런데 19와 325 사이의 306편을 안 쓰면 그게 README의 260 같은 문장이 됩니다.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읽는 제가 속을 문장이요.

 

 

출처를 안 붙이면 틀린 채로 외웁니다

 

두 번째로 사람이 붙잡은 자리는 출처입니다.

 

다른 도구를 만들 때보다 여기서 근거에 훨씬 깐깐했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시험 공부에서 지어낸 한 줄은 그냥 틀린 게 아니라, 틀린 채로 외워집니다.

 

카드 혜택 도구가 한도를 잘못 뽑으면 화면을 보고 "어, 이상한데" 하고 원문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벽이음은 수직 5m × 수평 5m 이내」를 잘못 외우면, 그건 몇 달 뒤 시험장에서 자기 손으로 씁니다. 그때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한 번 잘못 외운 숫자는 지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트마다 맨 밑에 출처 블록을 붙였습니다. 325편 전부에요.

 

실제로 제일 많이 인용된 근거를 세어보면 이렇습니다.

 

근거인용된 노트 수
건축법141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67
KS F·KS M (건축재료 규격)44
KCS 41 xx xx (건축공사 표준시방서)44
KS F (콘크리트·골재 규격)39
KDS 14 20 xx (콘크리트구조 설계기준)39
KCS 11 xx xx (토공사·기초)33

 

그리고 출처 밑에 이 문장을 반드시 같이 넣게 했어요.

 

※ 본 정리는 위 기준을 바탕으로 학습용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세부 수치·조항은 최신 개정본 확인 필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도구는 기준이 개정되는 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맞는 숫자가 내년에도 맞다고 보장을 못 해요. 그러면 "이건 확정이 아니다"라고 화면이 말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읽는 사람이 확정으로 받아들이니까요.

 

기계는 그럴듯한 근거를 아주 잘 만듭니다. 바로 그래서 근거를 적게 하는 겁니다. 근거를 쓰라고 시키면 어디서 왔는지가 드러나고, 드러나면 확인할 수 있어요. 안 쓰게 두면 다 똑같이 자신 있어 보입니다.

 

 

기출은 블로그에서 긁으려다 문제지 원본으로 갔습니다

 

예상문제만 있으면 반쪽입니다. 실제로 뭐가 나왔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설계 문서에 적힌 원래 계획은 블로그 크롤이었어요. 이유도 적혀 있습니다.

 

소스 판정: Google은 헤드리스 CAPTCHA 차단 → 네이버 경로 사용.
큐넷 원문은 제한적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회차·교시별 기출이 공개돼 있음.
네이버 카페는 로그인 벽 → 후순위.

 

기술사 기출을 회차별로 정리해 올려두는 블로그가 몇 군데 있거든요. 거기서 글을 읽어와서 문제를 뽑아내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본문이 액자 안에 들어 있어서 그 액자로 들어가야 글이 보인다는 것까지, 다룰 방법이 다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들어간 데이터는 블로그에서 온 게 아닙니다.

 

지금 쌓여 있는 기출 620문항의 출처를 세어보면 전부 이래요.

 

31  "source": "Q-Net 120회(2020)"
31  "source": "Q-Net 121회(2020)"
...
31  "source": "Q-Net 139회"

 

Q-Net. 시험 주관기관에서 공개하는 문제지 원본입니다. 실제로 input/ 폴더에 120회부터 139회까지 문제지 PDF 20개가 그대로 들어 있어요.

 

계획을 바꾼 이유는 단순합니다. 블로그 정리본은 옮겨 적은 것이에요. 옮기다가 빠지고, 순서가 바뀌고, 표현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 공부의 목적은 문제에 쓰인 말 그대로를 익히는 거거든요. "~에 대하여 설명하시오"인지 "~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시오"인지가 답안 구조를 바꿉니다.

 

원본이 구할 수 있는데 옮겨 적은 걸 쓸 이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이건 기계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도구가 보기에는 둘 다 그냥 "텍스트가 있는 자료"예요. 어느 쪽이 원본인지, 그리고 이 공부에서 원본이 왜 중요한지는 시험 볼 사람이 아는 겁니다.

 

덤으로 하나 더 어긋났어요. 설계에는 "최근 10회"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넣은 건 20회입니다. 이 시험은 1년에 세 번 봐요. 파일 이름에 연도가 붙어 있어서 세보면 금방 나옵니다 — 120·121·122회가 2020년, 123·124·125회가 2021년 하는 식이에요. 그러니까 10회면 세 해 남짓이고, 20회라야 예닐곱 해가 됩니다. 세 해로는 흐름이 안 보이거든요.

 

 

620문항을 붙여보니 91개 주제가 비었습니다

 

문제지에서 뽑은 문항을 한 회차에 31개씩, 20회차 모아서 620문항이 됐습니다.

 

교시별로는 이렇습니다. 1교시 용어형이 회차당 13문항, 2·3·4교시 서술형이 각 6문항. 합쳐서 용어형 260 · 서술형 360입니다.

 

그다음 일이 이 편에서 제일 손이 많이 간 작업이었어요. 620문항을 325개 주제 중 어디에 붙일지 정하는 일입니다.

 

이게 왜 손으로 해야 하냐면, 문제에 쓰인 말과 주제 이름이 안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139회 2교시 1번은 이렇습니다.

 

연약지반에서 기성재 콘크리트 말뚝 항타 시 지지력 감소 원인 및 대책

 

이걸 어디에 붙여야 할까요. 「말뚝 지지력 산정」일까요, 「연약지반 판정 및 개량공법 분류」일까요, 「기성말뚝 항타공법」일까요? 셋 다 목록에 있는 주제입니다. 셋 다 관련이 있어요.

 

기계는 이런 걸 그럴듯하게 잘 찍습니다. 그리고 그럴듯하게 틀립니다. 잘못 붙으면 어떻게 되냐면, "이 주제는 자주 나온다"가 엉뚱한 데 붙어서 공부 순서 전체가 틀어져요.

 

그래서 애매하면 비워두는 규칙을 넣었습니다. 작업 문서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각 topic 을 커리큘럼 세부주제 id 로 매핑(topic_id). 애매하면 null(신규 후보).

 

그리고 안 붙은 걸 일부러 찾아서 보여주는 명령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python3 -m sigong_coach exam-gaps   # 미매핑 기출(신규 주제 후보)

 

이 명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태도예요. "전부 붙였습니다"가 아니라 "안 붙은 게 여기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화면을 일부러 만든 거니까요. 안 붙은 문제는 대개 목록에 아직 없는 주제라는 신호라서, 그게 다음에 채울 것의 후보가 됩니다.

 

지금 상태를 세어보면 620문항이 전부 붙었고, 잘못된 이름으로 붙은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쪽에 큰 구멍이 하나 있어요.

 

620문항이 붙은 주제는 234개입니다. 목록은 325개예요. 91개 주제는 최근 20회 동안 한 번도 안 나왔습니다.

 

분류별로 보면 건설관리 15 · 토공사/기초 15 · 마감 14 · 가설공사 10 · 최신공법 9 · 커튼월 8 · 철근콘크리트 7 · 시공계획 7 · 철골 6 이에요.

 

이 91개를 지울까 고민을 했습니다. 20회 동안 안 나왔으면 안 나오는 거 아니냐고요.

 

안 지웠어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20회라야 예닐곱 해인데 기술사 시험은 제도가 바뀌면 그때부터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같은 건 시행 전에는 한 번도 안 나오다가 시행되면 나와요. 예닐곱 해치 기출에 없다는 건 "안 나온다"가 아니라 "아직 안 나왔다"일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처음엔 비어 있는 91개가 이런 제도 주제들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실제로 목록을 뽑아보니 아니었습니다. 예로 든 둘은 최신공법 칸에 있지도 않아요 —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관리, 층간소음은 마감 쪽입니다. 최신공법에서 기출이 안 붙은 9개는 DfMA·3D프린팅·드론·디지털트윈·슬립폼·지능형 CCTV·건식공법·MEP 유닛화·UHPC 로, 전부 기술 주제고 제도 주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짐작한 자리와 실제 자리가 달랐던 거죠. 그렇다고 안 지운 판단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제도가 새로 생긴다"에서 "새 공법은 현장에 먼저 오고 문제지에 나중에 온다"로 바뀔 뿐이에요.

 

둘째, "안 나왔다"와 "안 중요하다"는 다릅니다. 기출 20회는 사실이지만 미래에 대한 사실은 아니에요. 기출로 순서를 정하는 건 맞고, 기출로 목록을 잘라내는 건 다른 얘깁니다.

 

 

그래서 사람이 어디에 남았나

 

이번 편에서 기계가 한 일과 사람이 한 일이 꽤 깔끔하게 갈립니다.

 

기계가 한 것. 대분류 아홉 개 뼈대를 잡고, 325개 주제 각각에 정리·그림·표·문제·모범답안 한 벌씩을 채웠습니다. 예상문제만 1,878개, 노트 전체가 5.1MB예요. 이건 손으로는 못 합니다. 애초에 이 도구를 만든 이유고요.

 

사람이 한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목록을 열세 배로 벌린 것. 스물다섯 개짜리 초안을 보고 "이건 목차의 목차다"라고 판단한 게 사람이에요. 기계는 스물다섯 개를 아주 잘 만들었고, 그게 작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빗금에 이름을 붙인 것. hatch1 이라는 이름을 보고 "이건 그림이 아니라 장식이다"라고 알아본 것. 그 시험을 볼 사람만 아는 판단이었어요. 그리고 19편까지만 맞췄다는 것도 사실대로 세어봐야 알았습니다.

 

셋째, 출처를 항목마다 강제한 것. 정리를 잘 써주는 것과 출처를 대는 것은 별개의 일이에요. 시키지 않으면 근거 없이도 똑같이 자신 있게 씁니다. 시험 공부에서 그건 제일 위험한 상태입니다.

 

넷째, 블로그 정리본 대신 문제지 원본을 쓴 것. 계획서에 블로그 크롤 절차가 다 적혀 있었는데 안 썼어요. 옮겨 적은 걸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도구가 모릅니다.

 

그리고 안 한 일도 하나 있습니다. 620문항을 억지로 다 붙이지 않기. 애매하면 비우는 규칙과, 안 붙은 걸 일부러 보여주는 명령을 같이 만든 것. 기계는 "붙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쪽이 자연스러워요. 못 붙이겠다고 멈추는 건 사람이 시켜야 합니다.

 

 

다음 편

 

여기까지가 목록을 만들고 채운 이야기입니다. 화면을 열면 왼쪽에 325개 주제가 뜨고, 하나를 누르면 정리·그림·문제·출처 한 벌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오늘 뭐 하지"에서 시간 쓸 일은 없어졌어요.

 

그런데 목록만 있으면 아직 반입니다. 본 데와 안 본 데가 구분이 안 되거든요. 325개를 눈으로 훑어서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다시 "오늘 뭐 하지"로 돌아가요.

 

다음 편은 그 위에 붙인 것들입니다. 어디까지 했는지, 뭘 다시 봐야 하는지, 그리고 답안을 쓰면 문단별로 점수를 매기는 이야기예요. 채점을 붙이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점수를 잘 주는 것보다 어려운 게 점수를 나쁘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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