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내 귀 vs 내 엔진 1 — 그때 고음은 2에서 5kHz였고, 곡선은 그 자리가 낮다고 합니다
협찬받은 제품입니다. 제품을 제공받아 들었습니다.


2년 전 제 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저음을 분명히 끌어올렸고, 중음은 단단하며, 소리의 무게가 고음 쪽에 실려 있다고요. 그런데 같은 이어폰의 곡선을 제 도구에 넣어 보니 고음 쪽은 다른 곡선들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제 귀가 틀렸을까요, 도구가 못 읽은 걸까요. 이 연재는 세 단계로 따라갑니다. 그때 제 생각, 엔진이 말한 것, 지금 들어 본 제 설명입니다.
대상은 Ziigaat x HBB Arcadia, 2024년 12월 글입니다. 도구는 곡선 2,538개를 같은 자로 맞춰 놓은 것이고, 이 글의 숫자는 전부 거기서 뽑았습니다(뽑는 스크립트는 같이 남겨 둡니다).
첫째, 그때 제 생각입니다. 해상력은 매우 높고 모니터로 써도 손색없다고 했고, 스테레오 이미지는 보통 이어폰보다 좀 더 둘러싸는 느낌이라 넓다고 했습니다. 소리 성향은 V자에 가깝다고 했고요. 어울리는 장르로는 게임 사운드·록·힙합·밴드 음악을 꼽았고, 하늘하늘한 음악에는 낭비라고 적었습니다. 그 글에는 같은 제조사의 Estrella를 아직 쓰고 있는 유선 이어폰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둘째, 엔진이 말한 것입니다. 중역(200~2000Hz) 평균을 0으로 놓은 상대값입니다.
- 20~60Hz는 +7.6dB, 곡선 2,538개 중 상위 30% 쪽입니다
- 60~200Hz는 +4.8dB, 상위 24% 쪽입니다
- 2~4kHz는 +3.5dB인데 하위 13% 쪽입니다
- 6~10kHz는 -1.5dB, 역시 하위 13% 쪽입니다
- 8~16kHz 평균은 -2.6dB로 딱 중간입니다
- 공간 지표는 -2.4dB, 하위 28% 쪽입니다
저음 부스트는 정확히 맞았습니다. 고음은 갈렸습니다. 처음 이 도구로 고음을 6~10kHz로 재서, 소감은 고음이 강하다는데 곡선은 하위 13%라서 갈렸다고 쓰려 했습니다.
셋째, 지금 들어 본 제 설명입니다. 그때 제가 말한 고음 영역은 지금 고음이라 부르는 영역과 달랐고, 2~5kHz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같은 곡선에서 2~5kHz를 새로 계산했습니다. Arcadia는 +2.8dB로 중역보다는 분명히 높습니다. 소리가 그 자리에서 앞으로 나온다는 말은 절대값으로는 받아집니다. 다만 곡선 2,538개 중에서는 하위 11% 쪽입니다. 오른 대역이지만 다른 곡선들보다는 낮다는 두 말이 숫자로 동시에 맞습니다. 귀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고음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범위가 그때와 지금 달라졌고, 6~10kHz로 잰 제 첫 계산은 그때의 말과 다른 자리를 본 것입니다.
넓이 쪽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둘러싼다는 말은 나를 기준으로 공간에서 감싼다는 뜻이었습니다. 한편 이 제품의 공간 지표는 하위 28%였습니다. 이 지표는 음장을 약하게만 맞히는 자입니다(음색 몫을 빼고 재면 상관이 0.35쯤입니다). 같은 말을 재는 자가 아니어서 여기서는 갈렸다고만 적고 원인은 열어 둡니다.
곡선이 비슷한 이어폰 둘을 겹쳐 봤습니다. Thieaudio Origin은 모양 차이가 가장 작고(평균 거리 1.3dB), TANGZU Nezha가 그다음입니다. 다만 Nezha는 저음이 Arcadia보다 약 4dB 낮아서 같은 모양이라고는 못 합니다. 그림에서 6kHz 근처는 세 곡선이 모두 내려갑니다. 9kHz 근처에서는 Arcadia와 Origin이 +2dB쯤 작게 솟고, Nezha는 +6dB쯤 크게 솟습니다.

정리하면 맞은 곳은 저음이고, 고음은 단어의 뜻이 달라 갈린 것처럼 보였던 자리입니다. 8kHz 위는 측정소마다 흔들리는 대역이고 이 제품은 좌우를 따로 잰 값도 없어서, 숫자의 방향은 믿어도 크기까지 믿으면 안 됩니다.
이런 비교는 /iem 도구에서 제품을 골라 곡선을 겹쳐 보면 누구나 직접 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