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연재] 정형에서 해하까지 가장 높은 길은 2,079m였습니다 — 지형 단면으로 본 초한의 싸움

연재 · 2026-10-23

삼국지에서는 4,000m였는데

 

삼국지 지도에서 이 계산을 처음 돌렸을 때는 길이 산을 넘어 4,000m를 찍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경유지를 넣어 길을 잡아야 했어요. 같은 계산을 초한지 전투에 돌려 보면서 비슷한 일이 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초한지 전투 28건, 진군로 54개를 모두 재 보니 가장 높은 곳이 2,079m였어요. 형양·성고 공방(기원전 204년)에서 한왕이 완과 섭으로 나간 길입니다. 그 아래로 진창 암도(기원전 206년)의 우회로 2,030m, 평성 백등산 포위(기원전 200년)의 흉노군 길 1,812m 순이었고요. 반대로 가장 긴 길은 영포 토벌(기원전 196년)에서 고조가 장안에서 회추로 간 806.89km였습니다.

 

삼국지에서는 높이가 문제였다면, 초한지에서는 평지가 문제였습니다. 평지는 길을 잘못 잡아도 숫자가 티가 안 나기 때문에, 숫자로 맞는지를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요. 그래서 전투 몇 개를 골라 사서와 나란히 읽어 봤습니다.

 

정형: 샛길 19.69km

 

한신이 조나라를 친 정형 전투(기원전 204년)는 『회음후열전』과 『장이진여열전』에 나옵니다. 조나라 쪽의 광무군 이좌거는 샛길로 한군의 치중(군수품 수레)을 끊자고 했고, 진여는 의병을 자처하며 거절했습니다. 한신은 이 소식을 첩자를 통해 알고 정형구 30리 앞에서 멈춰, 밤에 가벼운 기병 2천을 보냈습니다. 붉은 깃발을 들고 샛길로 가서 숨어 있다가, 조군이 진영을 비우고 추격에 나서면 들어가 조나라 깃발을 뽑고 한나라 붉은 깃발 2천 개를 꽂게 했어요.

 

이 두 길을 숫자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 한군이 알여에서 정형구로 간 본대 길: 132.97km, 최고 1,506m, 오르막 합계 1,326m, 가장 가파른 곳 10.8도.
  • 기병 2천의 샛길: 19.69km, 최고 592m, 오르막 합계 119m.

 

본대가 넘은 곳은 1,500m급 산악이고, 샛길은 20km 안팎의 낮은 길이었습니다. 이 숫자만으로 샛길이 숨기에 좋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서가 「가벼운 기병 2천이 밤에 샛길로 갔다」고 쓴 말이 지형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은 확인했어요.

 

 

정형 전투(기원전 204년)의 고도 단면. 한군 알여→정형구 길이 132.97km, 최고 1,506m이고, 아래에 붉은 깃발과 배수진에 관한 정사 주가 붙어 있습니다.

 

해하: 평지를 달려온 군대들

 

해하 전투(기원전 202년)에는 세 길이 있습니다. 한신군이 제에서 해하로 391.26km, 유가·주은군이 수춘에서 해하로 235.43km, 그리고 항우가 해하를 탈출해 쫓긴 길 243.1km입니다.

 

  • 한신군 제→해하: 최고 462m, 오르막 합계 2,372m.
  • 유가·주은군 수춘→해하: 최고 38m, 오르막 합계 30m.
  • 항우의 탈출과 추격: 최고 163m, 오르막 합계 566m.

 

수춘에서 오는 군대는 235km를 오르막 30m로 왔습니다. 거의 평지였다는 말이에요. 적어도 수춘에서 오는 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었다는 건 숫자로 확인됩니다. 『항우본기』에는 밤에 한군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자 항우가 「한이 이미 초를 다 얻었는가」 하고 놀랐다는 사면초가의 대목이 있고, 그 소리가 퍼질 만한 평지가 펼쳐져 있어요. 이건 제 해석이고 사서가 한 말은 아닙니다.

 

 

해하 전투(기원전 202년)의 고도 단면. 한신군 제→해하 길이 391.26km, 최고 462m입니다. 아래에 사면초가를 적은 항우본기의 정사 주가 붙어 있습니다.

 

영포 토벌: 806.89km

 

영포 토벌(기원전 196년)에는 길 셋이 있습니다.

 

  • 영포군 육→회추: 374.51km, 최고 164m.
  • 고조 친정 장안→회추: 806.89km, 최고 868m, 오르막 합계 2,098m.
  • 영포 패주 회추→번양: 524.42km, 최고 146m.

 

고조가 직접 장안에서 회추까지 간 806.89km가 초한지 진군로 가운데 가장 깁니다. 『경포열전』은 이 길의 끝에서 고조가 용성에 보루를 쌓고, 영포의 진이 항적의 진 같다며 싫어했다고 적습니다. 이 단면은 메모리 문제를 고친 뒤 약 1.9GB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긴 길도 이제는 평범하게 계산됩니다.

 

 

영포 토벌의 고도 단면 화면. 육에서 회추로 간 영포군 길이 374.51km, 최고 164m이고, 지도에는 장안에서 회추로 가는 긴 길도 보입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말해 주지 않는 것

 

이 표를 만들며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초한지 전투는 삼국지 전투보다 낮은 땅 위에서 벌어졌고, 그래서 지도 계산이 길을 크게 틀리는 일도 적었어요. 다만 숫자는 오르막과 거리까지만 말해 줍니다. 한신이 왜 샛길을 택했는지, 고조가 왜 직접 갔는지는 사서가 말해야 해요. 이 지도가 하려는 일은 사서가 한 말이 땅과 어긋나지 않는지 옆에서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초한지 아틀라스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victor-house.com/ch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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